삼양통신 - 롤코라이프




COVID-19 이후 '집'의 개념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집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온 가족이 모이는 쉼터로 인식돼 왔지만 이제는 여가와 업무, 나아가 자기계발 기능까지 갖춘 멀티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신정희


최근 집과 관련된 예능 프로그램들이 크게 늘어났다. 스타들이 사는 집을 정리해 주는 <신박한 정리>, 일반인들이 살 집을 찾아 주는 <구해줘 홈즈>, 스타들의 로망이 담긴 집을 구해 직접 살아볼 기회를 주는 <나의 판타집> 등이 대표적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와 함께 집에 대한 관심도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COVID-19 이후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은 단순히 쉬는 곳이 아니라 일과 공부,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향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렇게 집의 기능이 다층적으로 형성되는 현상을 '옴니–레이어드 홈(Omni-layered Homes)'이라고 한다. 


여러 기능을 가진 집의 새로운 이름 '옴니-레이어드 홈'

'레이어드'라는 단어는 패션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트렌치코트 위에 숄을 두르거나, 재킷 위에 점퍼를 덧입는 등 여러 옷을 겹쳐 입는 것을 레이어드한다고 표현한다. COVID-19 이후 패션의 레이어링처럼 우리가 사는 집의 기능들도 여러 가지로 중첩돼 쌓이고 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둘러보자. 가족들이 모여 쉬던 거실은 재택근무하는 아빠의 사무 공간이 되고, 아이들 방은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는 공부방 역할을 한다. 저녁이나 주말이 되면 거실은 홈트를 하는 체육관이 되기도 하고, 부엌은 홈카페로 변신하기도 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활해 온 집의 기능이 기본 레이어라면 응용 레이어 단계에선 그간 집에서 이뤄지지 않았던 기능들이 본격화된다. 상황에 따라 기존 공간을 잠시 다른 기능으로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알파룸을 만들기도 한다. 알파룸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만든 특별한 공간이다.

창고방을 개조해 영화를 감상하는 AV룸으로 바꾸거나 노래방 기계, 오락 기계 등을 사서 취미방으로 꾸민다. 덕분에 추억의 게임기나 노래방 기기, 미러볼 등의 판매량도 늘고 있다.  


집 안 활동이 집 밖으로 확장된 '슬세권'

집 밖에서 하던 활동을 집 안에서 들이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집 안에서 하던 활동을 외부로 나가서 하기도 한다. 이른바 확장 레이어다. 요즘 유행하는 '슬세권'이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한다. 슬세권은 슬리퍼와 세권의 합성어로, 슬리퍼처럼 편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말한다. 슬세권이 뜨면서 편세권, 숲세권, 몰세권 등 집 근처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과 관련된 신조어들도 생겨나고 있다. 즉, 역이랑 가까운 것만큼 편의점이나 공원, 유명 브랜드의 음식점 등이 집 근처에 있으면 집의 가치가 높아진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어떻게 하면 집이라는 공간에 좀 더 다양한 기능을 담아낼지 고민해 볼 필요가 생겼다. 잘만 활용한다면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집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고, 가족들 모두가 집 안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재미있는 집의 변신은 무죄

COVID-19 상황으로 인해 밖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쉽지 않아졌다. 마음 편하게 술을 마실 장소가 필요하다면 손쉽게 홈바를 만들어 보자. 인터넷 쇼핑몰에서 '포장마차'를 검색하면 포장마차를 상징하는 주황색 타포린 천과 앵두 전구, 포장마차 접시까지 세트로 판매한다. 여기에 간이 테이블과 의자까지 구입하면 전문 포장마차 부럽지 않은 공간을 꾸밀 수 있다. 집에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기계나 막걸리를 제조할 수 있는 재료를 묶어 파는 경우도 있다. 애주가라면 한번 도전해 볼 만한 아이템이다.


TV를 통해 배우 소유진과 패션모델 한혜진이 전문 체육관 못지않게 꾸며놓은 홈트방을 소개했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말고 덤벨이나 짐볼, 케틀벨 등 간단한 운동기구와 요가 매트로 나만의 미니 체육관을 만들어 보자. 미니 사이즈의 런닝머신이나 사이클머신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 효율적이다. 여기에 유튜브나 앱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홈트 프로그램을 틀어놓으면 최고의 홈트방이 완성된다.


방 하나를 찜질방으로 개조해 찜질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찜질방은 단독주택에서나 시공 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최근엔 시공법이 발달해 간단하게 아파트에서도 황토방을 꾸밀 수 있다. 바닥에 단열재를 깔고 그 위에 알루미늄 패널을 깐 다음 친환경 황토를 덧붙인다. 벽면에 황토벽돌을 붙이거나 벽면과 천장을 편백나무로 마감하면 친환경 황토찜질방이 완성된다. 아담한 1평 찜질방은 드레스룸처럼 좁은 공간을 활용해서도 만들 수 있다.